9월 15, 2020

[COLUMN] 아는 분의 퇴사 소식을 들었습니다.

갑자기 걸려온 한 통의 전화, 반가운 이름이 떠서 받았습니다.

전화기 너머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.

 

그 분은 다른 회사에 다니는 분으로 업무상 10년 이상 알고 지내던 분입니다.

나와 나이도 비슷하고 업무적으로도 많은 연관이 있어서 친하게 지내던 분인데, 잠시 소원했던 사이에 이런 연락을 받으니 무척 안타깝습니다.

 

잘 다니던 회사에서 왜 퇴사를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냥 그렇게 되었다고만 할 뿐 자세한 내막은 알려 주지 않습니다.

 

앞으로 무엇을 할 지도 정해지지 않았고, 그저 조금 쉬면서 천천히 생각을 해 보겠다는 말을 들으니, 아마도 경기도 어렵고 나이도 있는지라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회사를 나가게 된 것 같습니다.

 

오늘까지만 출근을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그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다음에 저녁이라도 한 번 하자고 하면서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습니다.



전화를 끊고 나서 그 분 걱정을 하다 보니, 내가 지금 남 걱정을 하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.

아는 분들이 하나 둘 퇴사를 하고 이제는 내 차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.

지금 내가 그 분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일이 남의 일이 아니고 조만간 나에게 닥칠 일이라는 불안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.

 

원래 인생이 허무한 것이라고 하지만 직장생활도 돌이켜 보면 참 덧없고 허무한 것 같습니다.

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정신 없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 있고, 나는 어느 새 나이를 먹어 꼰대,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.

 

혹자는 회사를 끝까지 다녀야 한다고 합니다.

젖은 낙엽이 바닥에 착 붙어 있듯이 그렇게 회사에 오래오래 붙어 있으라고 합니다.

물론 누구나 그렇게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어 합니다.

하지만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.

 

나가면 여기만 못할까? 여기 아니면 일할 곳이 없을까? 하긴 오래 다녔지 등 온갖 자기합리화, 방어기제가 작용을 해서 나를 퇴사의 길로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.

 

퇴사를 하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.

퇴직 후에도 연락을 하면서 술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동료들 외에는,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.


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이 더 스산해지는 시절입니다.